덕수궁 분향소에 가다..

일상 2009. 5. 28. 19:04

지하철 시청역에 내려서자마자 보이는 길다란 줄...
줄은 덕수궁 앞 분향소에서 시작하여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의원회관 앞을 찍고
지하철 3번 출구에서 다시 시청 지하역사를 굽이돌아 길건너 편 출구까지 이어져 있었다.

출구를 나가자 자원봉사자 한 분께서 "수고하셨습니다. 여기가 줄 끝입니다." 라고 한다.
줄을 서서 옆에서 나눠주는 근조 리본을 하나 얻어 달았다.
줄을 서고 나니 새삼 진짜 왔구나 싶어 옷매무새를 살펴보니 왠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그저 최대한 단정히 매무새를 만졌다.

줄을 서고 5분쯤 되었을까.
옆을 지나는 아저씨가 툭 한 마디 내뱉는다.
"우리 나라에 미친 사람이 많구만."
쓴웃음이 나온다.
대꾸하고 싶지도 대꾸할 겨를도 가치도 없었지만...
나라의 어른이었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자신이 분향하러 가지 않는다 해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기나긴 줄의 끝에서 분향소까지는 총 3시간 30분쯤 걸렸다.
줄의 중간쯤인 세실극장 앞에는 벌써 두 시간쯤 서서 기다리다 너무 힘든 사람들이
계단 위에 주저 앉아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하고 다시 행렬로 합류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
술 먹고 주정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도 하나 없고...
다리가 아프다고 불평하거나 대열을 이탈하여 돌아가는 사람 하나가 없다.

세실 극장으로 가는 길에는 최고의 언론사를 뽑아주세요.. 라는 설문이 진행되고 있는데
MBC와 한겨레 신문에는 스티커가 수두룩 빽빽하고,
조중동은 누가 실수로라도 붙힌 스티커 하나 붙어있지 않다.

거리의 노점상들은 그 많은 사람을 바라보고 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줄 서 있는 사람들 중에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장사하시는 분들이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분향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도 내 마음과 비슷했을 것 같다.
그저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떡이나 빵, 물 외에는 무언가 먹는 일이 왠지 면구스럽다.

그렇게 기다려 드디어 분향소 근처에 도달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대자보들로 벽이 가득하다.
무언가 적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에 담아 두고 인사를 하고 돌아나온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너무 그립습니다.
이제라도 편히 쉬세요.

돌아오는 길... 아픈 마음은 여전하지만 아주 조금...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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